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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로그

2020년 9월의 집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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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가 아닌 월기를 쓰겠다고 다짐해놓고서는, 이제서야 월기를 기록하다니...

나는 분명 무언가를 계획하면 바로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각설하고, 2020년 9월을 기록해보자!

 

2020년 9월은 결혼을 한 기념비적인 시기다.

결혼과 함께 나의 집밥 시대가 열린 시기이기도 하다.

결혼하기 전에는 요리를 해 먹는 일이 정말 손에 꼽는 일이었다. 요리를 아주 못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하는 편도 아니고 그렇게 즐겨 하지도 않았다. 왜냐면, 우리 엄마의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내가 굳이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9월 5일에 결혼을 한 우리는 다음 날 오후 비행기로 신혼여행을 가는 일정이라

오전에 집에서 밥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2020년 9월 6일. 신혼집에서의 첫 집밥이다.

웃긴 사실은 나나 남편이 직접 한 음식은 계란 프라이 딱 하나!

집밥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만들어서 먹을 수는 없으니... 라고 핑계를 대어본다.

 

나머지 음식들은 시댁과 친정에서 보내주신 것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나 좋아하는 햇반과 젓갈들!

양가 부모님들 덕분에 든든하게 밥을 먹고 출발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

 


 

9월의 두 번째 집밥 사진은 다름 아닌, 집에서 처음으로 지은 밥 사진이다!

무려 첫 밥인데 콩밥이다!

나의 콩밥은 주변을 놀라게 했는데, 내가 콩밥을 지은 것은 시어머니께서 검정콩이랑 옥수수를 주셨기 때문이었다.

의무감에서 한 것은 아니고, 그래도 먹으라고 주셨는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시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난 콩을 좋아한다! 남편은 그리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웃긴 것은, 내가 일반 쌀밥만 해봤지 콩밥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로 엄마에게 톡으로 SOS를 쳤다.

 

콩은 쌀이랑은 달라서 오래 불려야 좋다.

콩이란 녀석이 생각보다 단단하다.

그냥 무작정 밥을 지었다간 큰일날 뻔 했다.

 

미리 불린 검정콩과 어머니께서 세척해서 주신 옥수수, 그리고 백미. 쌀알이 참 귀엽다.

콩은 미리 씻어서 불렸다가 쌀과 함께 밥솥으로 풍덩!

나는 우리가 집에서 밥을 많이 먹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2-3인용 미니 밥솥을 구매했었다. 다시 봐도 너무나 귀여운 미니 밥솥!

(그러나 이 친구는 곧 국민 밥솥인 휘슬러 밥솥에게 자리를 빼앗긴다.)

 

 

솔직히 이 밥솥을 구매할 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밥이 엄청 잘 됐고 양도 2인이 아니라 3인이 먹을 정도의 양이 나와서 깜짝 놀랐었다.

 

밥을 처음 지은 느낌은 신기했다.

'내가 밥도 할 줄 알다니...!'

 

하지만 반찬은 아직 양가 부모님의 힘을 빌려야 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자립할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허허

 

이번 반찬은 친정 작품이다!

소고기로 만든 소불고기와 두부 부침, 동태전, 얼갈이배추김치, 잡채에 소고기무국까지...

정말 진수성찬이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양가에 한 번씩 들렀는데 우리도 선물을 사갔지만

결국엔 받아온 게 더 많다. 부모의 마음이란 그런 것인가보다...

 

 

거의 30년 동안 늘 먹어오던 음식인데 새로운 집에서 남편과 마주 앉아 먹는 친정 음식이 주는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내가 결혼할 때 쯤 엄마보다 아빠가 요리를 더 많이 하기 시작한 시기라 그것도 참 새로웠다. 진작에 좀 하실 것이지...!

 


 

 

9월 13일에는 브런치를 먹었다. 역시 일요일은 브런치다. 늦잠 자기 너무 좋은 요일이다. 토요일 밤이 아쉬워 늦게 자다보면 자연스럽게 일요일엔 늦잠을 자게 된다.

 

신기한 것은...

이 간단한 브런치에도 친정의 손길이 첨가되었다.

바로 샤인머스캣과 골드키위...!!! 아니, 적고 보니 과일이 다 했다.

친정에 다녀오면 꼭 엄마가 과일을 한아름 넣어준다. 아무래도 두 명이서 살다보니 과일을 사기가 좀 부담스러워서 잘 안 사게 되는데 친정에 가면 과일을 꼭 얻어오니까 참 좋다. 이런 철 없는 딸 마인드는 언제쯤 바뀔런지..

 

 


 

오, 이 날은 9월 26일인데 우리 집의 집밥 퀄리티가 아주 올라간 역사적인 날이다.

바로 바로 엄마가 선물한 휘슬러 밥솥을 개시한 날이다!!!

백화점에서 사면 더 비싸서 남대문 수입상가까지 가서 사온 아주 귀한 밥솥이다. 엉엉

엄마에게 인증샷을 보내려고 남편한테 들어보라고 했는데 약간 사진이 하의 실종처럼 나와버렸다...하하

 

이 날은 휘슬러 밥솥으로 옥수수밥을 하고 카레를 위에 얹어서 먹었다.

확실히 전기밥솥 보다는 휘슬러 압력밥솥의 밥 맛이 좋긴 했다. 확실히 잘 익은 밥 맛이다. 쌀이 이렇게 달다니...!!

 

 

압력밥솥에 밥을 한 두번 해본 것도 아닌데, 마냥 신기해서 사진으로 다 기록해두었다.

밥물은 역시나 쌀 위에 손을 올려두었을 때 검지의 첫 마디까지 물이 오는 정도로 넣어 밥을 했다.

군데 군데 있는 옥수수 알갱이가 귀엽다. 나는 참 곡물 알갱이를 좋아하나보다.
밥이 익고 있다는 신호를 알리는 다이얼! 초록색이 나오기 시작하면 타이머를 5분 맞춘다.

짜잔! 윤기가 흐르는 옥수수밥이다.

확실히 압력 밥솥을 사용하고 나니 전기 밥솥보다 밥 짓는 시간이 매우 단축되었다. 그리고 밥맛도 참 좋다.

 

밥을 지으면서 내 스스로가 너무 웃겼던 게,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으면서, 신혼이랍시고 어찌나 플레이팅에 애를 쓰는지...

카레를 먹기 위해 공기밥에 밥을 먼저 담고, 카레가 담길 접시에 뒤집어서 밥을 얹는다.

그럼 이렇게 귀엽고 깔끔하게 밥이 올라간다. 아마 식당에서 다들 이렇게 하겠지 싶다.

 

글을 적다보니 심지어 접시도 친정에서 가져온 접시다.

대체 친정 살림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받아온건지..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다.

 

짜잔!

카레가루와 시댁에서 주신 감자, 쓱에서 장을 본 고기와 피망으로 카레를 만들었다.

반찬은 종가집김치와 시댁표 두릅절임 그리고 친정표 버섯 야채 볶음. 그리고 친정에서 얻어 온 김치만두도 구웠다.

 

 

화룡점정으로 카레에 계란 프라이를 올렸다.

남편은 꼭 카레에 계란 프라이를 올린다. 왜 꼭 계란을 올리냐고 했더니, 단백질을 섭취해야 된다고 했다.

남편이 마른 체질이라 단백질 섭취는 꼭 하려고 하는 모습이 참 귀엽고 안쓰럽고 그렇다.

 

 

 

마지막 9월의 집밥은 9월 26일의 파스타다.

주말을 즐기려고 고기를 잔뜩 넣은 파스타를 만들었다.

소고기와 적색양파, 마늘, 페페론치노가 들어간 오일파스타다! 남편이 오일파스타를 좋아해서 오일베이스로 만들어봤는데 비주얼은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아서 조금 속상했다.

그리고 요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손이 아주 크다는 것이다. 재료를 아주 아낌없이 넣어서 양이 산더미처럼 불어난다. 허허...

파스타 메인 재료가 많으면 좋긴 하지만 면보다 고기가 많은 것 같은 느낌은..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겠지...

 

 

 

적어보니 9월에는 생각보다 집밥 기록이 없는데, 대체적으로 친정과 시댁에서 공수해 온 반찬들을 먹어서 매번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에 기록을 많이 남겨두지 않기도 했고,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와서 주말에는 근처에서 외식을 꽤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외식도 곧 질리는 법.

점점 집밥 기록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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